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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줄거리와 잊혀진 모성에 대한 문학적 복원

by KKOKS79 2025. 4. 3.

 

엄마를 부탁해 줄거리와 잊혀진 모성에 대한 문학적 복원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서울역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과정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어머니의 삶을 되짚으며,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모성과 가족 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모성은 단지 희생의 상징이 아니라, 한 인간의 고유한 삶이었음을 조용하고도 강렬한 문체로 풀어낸 이 소설은 세계 독자들에게도 공감과 감동을 안겨주며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잃어버린 엄마를 통해 되찾은 가족의 이야기

소설은 서울역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동하던 중, 아버지를 따라오던 어머니가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평생을 시골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어머니가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자취를 감추고, 가족들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처음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작품은 ‘엄마가 사라졌다’는 단순한 서사적 구조 속에 한국 사회의 가족관계, 특히 모성에 대한 통찰을 촘촘히 담아낸다. 신경숙은 이 작품에서 가족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딸, 아들, 남편,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의 시점까지 이어지는 다중 시점 구조는 인물 개개인의 기억과 회한, 자책과 깨달음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낸다. 각각의 인물은 자신이 과거에 어머니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리며, 후회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어머니가 단지 ‘엄마’가 아닌, 하나의 ‘인간’이었음을 깨닫는다. 딸은 어릴 적부터 엄마가 얼마나 강요 없이 자신을 도와주었는지를 떠올린다. 엄마의 희생은 너무도 자연스러웠기에 오히려 무시되고, 잊혀졌다. 아들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공부하라며 보냈던 편지와 김치를 떠올리고, 그 마음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남편은 자신이 평생 아내를 당연하게 여겼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음을 자각한다. 이처럼 모든 인물은 어머니가 없어진 뒤에야 그녀의 존재가 얼마나 절대적이고도 소중했는지를 깨닫는다.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모성의 아름다움만을 이상화하거나 신격화하지 않는 데 있다. 신경숙은 어머니를 신적인 존재가 아닌, 한 인간으로 그린다. 그녀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지만, 동시에 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모르는 열등감, 도시에서의 낯섦, 자신을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엄마’가 아니라, 꿈을 가졌고, 소망을 품었으며, 외로움을 느끼던 여성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단순한 실종 사건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어왔고, 또 어떻게 소외되어 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작품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를 되살려냄으로써, 그동안 침묵했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지 가족의 회한이 아니라, 모성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와 감정적 유산에 대한 정교한 문학적 해석이기도 하다.

 

사라진 어머니와 각성하는 가족들, 뒤늦은 공감의 기록

작품의 전개는 어머니의 실종 이후, 각 가족 구성원이 ‘엄마’에 대해 기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딸은 예술대학 교수로, 자신이 엄마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을 서울까지 데려다주던 길, 고속버스 창밖으로 본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침묵 속에 감춰진 수많은 감정들을 뒤늦게 이해한다. 어머니가 자신을 향해 한 번도 원망하거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가 단지 사랑만은 아니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아들은 성공한 사업가로, 바쁜 생활 속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가 보냈던 김치, 반찬, 그리고 손편지들을 되새기며, 자신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는지를 반성한다. 그의 기억 속 어머니는 늘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존재였고, 그 당연함 속에서 감정의 밀도가 증발되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그는 자신이 준 것은 거의 없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남편, 즉 아버지는 평생을 전통적인 가부장적 태도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의 존재를 ‘당연한 조력자’로 여기며 살아왔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를 찾으러 다니는 일조차 어색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여행은 그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는 어머니가 말없이 감당해온 삶의 무게, 자신의 무심함, 그리고 아내가 마지막에 느꼈을 상실감을 처음으로 직면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처음으로 ‘사람’으로서의 아내를 떠올린다. 소설은 마지막 장에서 어머니의 시점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을 안겨준다. ‘나’의 시점에서 풀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그동안 침묵해온 존재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듯한 울림을 준다. 이 부분은 독자가 온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어머니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내면의 이유와 함께, 그녀 역시 누군가의 딸이었고 여인이었음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이 마지막 전환을 통해 독자가 ‘엄마’라는 존재를 단순한 관계 이상의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 모든 구성은 ‘엄마’가 단지 가족의 울타리가 아닌, 고유한 삶의 주체였음을 되짚게 만든다. 그녀의 실종은 단순히 한 사람의 부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지워진 모든 여성의 이름 없는 역사를 의미한다. ‘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전, 혹은 이후에도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었던 존재의 절규는 이 작품의 핵심이자 감동이다. 신경숙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에서 모성을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사례를 남겼다.

 

엄마를 되찾는 여정, 그 끝에서 마주한 사랑의 본질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존재가 실종된 상황을 통해 가족 개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나아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희생과 침묵을 조명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엄마를 알고 있었는가? 그녀가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꿈꿨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이 질문은 단지 소설 속 인물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향한 것이다. 이 작품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것이 단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관계의 본질’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모성은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라, 상호적인 감정의 교류이며, 이해와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는 인간관계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족은 그 관계를 당연시하거나, 일방적인 기대 속에 소모해왔다. 작가는 어머니의 실종을 통해 그러한 무심함에 경종을 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또한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어머니는 글을 모르는 문맹자였고, 경제적 자립이 어려웠으며,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해온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늘 뒷전에서 가족을 챙겼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기회는 없었다. 이는 단지 소설 속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수많은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이러한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 번역 출간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 주목을 받았고, ‘모성’이라는 주제가 국경을 넘어 어떻게 공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한국문학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들이 엄마의 행적을 따라 시골길을 걷는 장면은 단순한 실종자의 행방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잊고 살았던 사랑을 되찾으려는 여정으로 읽힌다.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엄마는 결코 사라진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단지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한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말은 사실 타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명령일 수도 있다고. 이제라도, 우리 곁에 있는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의 삶을 인정하라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며, 우리가 다시 인간다움을 되찾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