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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상실 이후 남겨진 이들의 고요한 이야기

by KKOKS79 2025. 4. 9.

 

오직 두 사람 줄거리와 상실 이후 남겨진 이들의 고요한 이야기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은 삶과 죽음, 상실과 남겨짐, 그리고 인간 사이의 단절된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단편 소설이다. 직설적이면서도 담담한 문체 속에서 인간 존재의 고독함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현대인의 상실감과 정체성의 공허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남겨진 자의 침묵과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질문

문학이 말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깊은 영역은 무엇일까.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 『오직 두 사람』은 그 질문에 하나의 방식으로 응답한다. 이 작품은 강렬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반전 없이, 삶의 균열을 견디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일상을 따라가며 인간 존재의 고요한 슬픔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소설은 거창한 철학이나 교훈을 외치지 않는다. 다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실의 감정, 그 이후에 남겨진 시간의 공허함을 조용한 문장으로 담아낸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때 방송국에서 일했던 남자, ‘나’다. 그는 무거운 트라우마를 지닌 채 살아간다. 몇 해 전, 태풍이 몰아치는 날 어린 딸이 다리 위에서 실종되었고, 이후 그의 삶은 정지된 듯 흐른다. 딸을 잃은 그날, 아내와도 이혼했고, 이후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혼자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존재는 자신의 아버지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오직 혼자’ 남겨지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중심축은, 바로 제목에 등장하는 “오직 두 사람”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다. 소설 후반, 그는 생전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메일을 열어 보게 된다. 그 안에는 짧은 한 줄의 문장이 담겨 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일이 있다.” 이 짧은 문장은 주인공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것은 진실이자 비밀이며, 관계의 본질이다. 김영하는 이 소설을 통해 상실과 고독, 그리고 기억과 진실의 복잡한 감정 구조를 정교하게 짜내며,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마주해야 하는 존재론적 불안을 문학적 언어로 풀어낸다. 죽음을 경험한 이가 아니라, ‘죽음을 경험하게 된 남겨진 자’가 살아가는 방식에 집중함으로써, 그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와 무엇을 공유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오직 두 사람』은 단순한 가족 서사나 비극의 재현이 아니라, 일상의 틈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진동을 미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이제 본문에서는 이 작품이 드러내는 인간 관계의 본질과 상실 이후의 삶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상실 이후의 삶, 그리고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기억의 무게

『오직 두 사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상실’이다. 주인공은 딸을 잃고, 아내를 잃고, 마지막 남은 아버지마저 떠나보낸다. 그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남겨진 자의 일상을 그 어떤 말보다 무겁게 견뎌내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작가는 이 상실을 과장하거나 비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냉정한 어조로, 상실 이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소설은 그런 점에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유도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감정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구조를 취한다. 작품 속에서 딸의 실종은 단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세계와 맺고 있던 모든 연결이 끊어지는 출발점이다. 그는 딸을 잃은 날을 기점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방송국을 그만두고, 아내와 이혼하고, 외부 세계와의 접점을 스스로 차단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이후로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이 말은 단지 트라우마의 반응이 아니라, 상실이 인간 존재의 방식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매우 형식적이다. 오히려 그는 아버지를 일종의 타인처럼 대하며, 그마저도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존재가 남긴 흔적을 통해 비로소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관계성의 변화는 김영하 문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죽음 이후의 이해’를 상징한다. 살아 있을 때는 몰랐던 감정, 말하지 못했던 진실이 죽음 이후에야 드러나는 것이다. 소설 후반부, 아버지가 남긴 이메일은 극히 짧지만, 그 함의는 매우 깊다.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일이 있다.” 이 문장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공유된,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을지 모르나 그들에겐 매우 중요한 기억 혹은 사건을 의미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그 일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이 여백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기억과 관계를 대입하게 만든다. 결국 ‘오직 두 사람’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진실이자, 가장 개인적인 비밀이 된다. 작품에서 인물은 점점 침묵하고 고립된다. 그러나 그 침묵은 외면이 아니라 사유의 결과다. 그는 세상과의 연결을 끊은 채 살아가지만, 그 고립 속에서도 기억은 계속해서 작동한다. 딸이 사라지던 날의 하늘, 그 날의 바람, 그리고 아버지의 작은 습관들. 김영하는 이러한 ‘디테일’을 통해 상실의 감정이 단지 눈물이나 슬픔이 아니라, 일상의 결 속에 스며든 기억의 작동 방식이라는 것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오직 두 사람』은 관계에 대한 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화해나 용서를 중심에 둔 관계가 아니라, 끝내 말해지지 않은 진실, 공유된 기억 하나만으로 지속되는 관계다. 이처럼 말하지 않고도 존재하는 관계, 설명되지 않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유대의 형태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 관계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은 침묵의 윤리이며, 동시에 고독한 시대의 정서다.

 

『오직 두 사람』이 남긴 문장,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되묻는 문학

『오직 두 사람』은 짧은 분량의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이 작품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호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하의 문장은 감정을 말하지 않고 감정 속으로 스며들게 만들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상실과 고독을 소설 속 인물의 삶에 비추게 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사람을 잃고, 어떤 관계를 정리하며, 그리고 어떤 진실을 마음속에 묻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종종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일”이 되어 남는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동시에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지는지를 조명한다. 한 문장의 고백, 하나의 눈빛, 짧은 침묵은 때로 긴 설명보다 더 큰 진실을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진실은 관계를 구성하고, 때로는 그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유일한 끈이 되기도 한다. 『오직 두 사람』의 중심에는 바로 그런 ‘작지만 거대한 기억’이 놓여 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소통을 요구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다. 김영하는 이 소설에서 그 점을 조용히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말을 아끼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관계를 단절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내면은 누구보다 깊고 복잡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현대인이 처한 감정의 구조이자,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의 정서적 풍경이다. 『오직 두 사람』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며,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이 된다. 이 작품은 화해나 눈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확고히 말한다. “누군가와 단 한 순간,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한 기억이 있다면, 그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문장은 문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이자, 가장 진실한 고백이다. 우리는 결국 누구와 무엇을 공유했는가. 그 물음은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