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작가의 『별을 스치는 바람』은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상징과 감성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선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그리며, ‘별’, ‘바람’, ‘어둠’ 등의 상징적 요소를 통해 시대적 아픔과 인간의 희망, 그리고 자유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별을 스치는 바람』 속에 녹아 있는 주요 상징들을 분석하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별 - 자유와 이상을 상징하는 빛
이정명이 제목에 사용한 ‘별’은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천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 별은 주인공들의 이상, 곧 ‘자유에 대한 갈망’과 ‘독립된 조국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로 기능합니다. 밤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은 현실의 어둠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빛으로 묘사되며, 실제로 작품 속 인물들이 고통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 김산과 윤희, 그리고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윤동주 시인의 삶이 교차되며, 별은 점점 더 상징적 무게를 갖게 됩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독립운동가들의 감성을 대변한다면, ‘별’은 그 감성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인 셈입니다. 이정명은 별을 통해 현실을 초월한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며,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은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는 사실을 문학적으로 그려냅니다. 이런 방식은 독자들에게 "비록 우리는 지금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바람 - 시대의 흐름과 보이지 않는 저항
작품 제목의 또 다른 요소인 ‘바람’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바람은 감지하기 어렵지만 존재감을 숨길 수 없는 현상이며, 소설 속에서는 민중들의 숨겨진 저항 의식, 혹은 시대적 변화의 조짐을 상징합니다. 이정명은 주인공들의 움직임이나 독립운동의 확산,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묘사할 때 바람이라는 상징을 자주 활용합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바람’은 때로는 자유를 향한 간절함으로, 때로는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고자 하는 민중의 움직임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묘사할 때 ‘바람이 스친다’거나 ‘차가운 바람이 등을 민다’는 식의 문장이 자주 등장하며, 이는 곧 결단과 선택의 순간을 암시합니다. 이정명은 이러한 묘사를 통해 강압적인 시대 속에서도 끝내 휘지 않는 인간의 의지, 저항 정신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또한 ‘바람’은 감시와 탄압이 극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정보를 전달하고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이는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장치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바람을 통해 이정명은 조용하지만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표현해냅니다.
어둠 - 시대의 고통과 내면의 두려움
‘별’과 ‘바람’이 희망과 변화의 상징이라면, 이와 대조되는 ‘어둠’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고통의 메타포입니다. 일제의 감시, 고문, 수감, 죽음 같은 잔혹한 현실은 모두 어둠이라는 상징 아래 놓여 있으며, 이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깊은 정서를 전달합니다. 이정명은 이러한 어둠을 단순한 배경 요소로 사용하지 않고,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형상화하는 장치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김산이 독방에 갇혀 있을 때 느끼는 깊은 암흑 속 고독은 그 자체로 인간의 존재적 공포를 드러내며, 그 속에서 '별'을 기억하고 '바람'을 상상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이런 구조는 ‘어둠’이 단순히 절망이 아닌, 오히려 ‘빛’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전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학적으로 매우 인상 깊습니다. 또한 어둠은 공동체 전체의 정서적 상태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잡혀가고,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더라도, 사람들은 침묵 속에 있지만 그 침묵은 곧 더 큰 울림이 되어 결국 변화로 이어지는 씨앗이 됩니다. 이정명은 어둠을 단순한 부정적 이미지로만 그리지 않고, 어둠을 견디는 인간의 정신력을 통해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문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별은 이상과 희망을, 바람은 저항과 연대를, 어둠은 현실과 고통을 상징하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한 편의 위대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이정명의 문학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별’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은 분명히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