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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아몬드 ] 줄거리와 감정 없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

by KKOKS79 2025. 4. 1.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선천적 뇌질환을 가진 소년 윤재가 세상의 폭력과 상처 속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점차 감정을 배우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요소를 중심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과 공감의 중요성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여운과 깊은 성찰을 남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전하는 진짜 감정의 의미

문학은 인간의 감정을 조명하고 그것을 독자와 공유하는 예술이다. 그중에서도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은 독특하면서도 도전적인 서사를 전개하기 마련이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특별한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이 소설은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년 윤재의 시선을 따라가며, 감정이란 무엇인가, 공감이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아몬드)'라는 뇌 구조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탓에, 공포, 분노, 기쁨과 같은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반응하지 않고, 심지어 어머니의 훈육에도 무표정하게 반응하는 그의 모습은 사회적으로도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히기 충분했다. 윤재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러한 특성을 인식하고,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감정 표현을 ‘훈련’시키며 키운다. 그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외워야만 한다. 그러나 윤재의 삶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린다. 크리스마스이브, 정체불명의 남성에 의해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폭행당하고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윤재는 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감정적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이 사건은 그가 감정의 존재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고찰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특히 폭력적이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소년 ‘곤이’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아몬드』는 윤재가 타인과 관계를 맺고, 감정이라는 것을 단순히 기능으로서가 아니라 인간다운 소통의 본질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윤재는 점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타인을 걱정하고, 또 상처받으며 성장한다. 이러한 그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감정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인간일 수 있을까? 그리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손원평은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색하며, 『아몬드』를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철학적 성찰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윤재와 곤이의 관계가 보여주는 감정의 양면성

『아몬드』의 본격적인 전개는 윤재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시작된다. 윤재는 감정을 이해하려는 훈련을 받으며 자라왔지만, 여전히 타인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그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인물은 곤이라는 친구다. 곤이는 윤재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로,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며 때때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과 유기, 사회적 배제 속에서 자라난 상처 많은 아이였다. 처음에 곤이는 윤재에게 적대적으로 굴며 괴롭히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윤재의 감정 없는 반응과 꾸준함에 끌리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우정이 형성된다. 곤이는 윤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윤재는 곤이를 통해 감정을 조금씩 ‘느껴보기’ 시작한다. 특히 곤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윤재가 그를 돕기 위해 나서는 장면은, 윤재에게 처음으로 자발적 감정의 움직임이 일어난 순간으로 해석된다. 이 소설은 곤이라는 인물을 통해 감정이라는 것이 단순히 ‘있는 것’이 아닌, 그 표현 방식에 따라 얼마나 폭력적이거나 치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곤이의 감정은 조절되지 않을 때 위험하게 작용했지만, 윤재와의 관계를 통해 점차 안정화된다. 반대로 윤재는 곤이를 통해 ‘감정의 필요성’을 체득하고,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넘어, 인간이 감정을 통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곤이는 윤재에게 감정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열어준 존재이고, 윤재는 곤이에게 따뜻한 안정감과 신뢰를 제공한 존재다. 소설은 이들의 관계를 통해 감정이 단순히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 가능하며, 나아가 인간 관계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윤재와 곤이 외에도, 독자들은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의 감정과 상처를 접하게 된다. 윤재의 담임선생님, 새로운 친구 도라 등은 모두 윤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이라는 개념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아몬드』는 주인공 한 명의 성장기를 넘어서,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삶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정 없는 소년의 성장 서사가 던지는 깊은 울림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세상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점차 감정을 배우며 ‘인간다움’을 체득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청소년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라는 보편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인간의 특성을 상실한 인물을 통해,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윤재는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배운 규칙과 방식대로 반응을 연습하며 사회 속에 적응하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모방에 불과했다. 그런 윤재가 진정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느낀다’는 것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타인과의 진심 어린 교류 속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특히 곤이와의 관계는 윤재에게 있어 전환점이며, 윤재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행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작품은 감정의 결여가 인간성의 결여로 직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지하게 사람을 대하며,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이는 감정이라는 것이 단지 생물학적 반응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사회적 요소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아몬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지나치게 당연시하거나, 또는 감정에 너무 휘둘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윤재라는 인물은 ‘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차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결국 이 작품은 감정 없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그러나 그것이 꼭 폭발적일 필요는 없다는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 내면의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이 소설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필요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