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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 줄거리와 중국과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시선 분석

by KKOKS79 2025. 4. 19.

 

조정래의 대하소설 『정글만리』는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경제·문화적 경쟁 속에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미래를 성찰하는 문제작이다. 이 포스팅에서는 『정글만리』의 방대한 줄거리와 핵심 인물들을 정리하고, 현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문학적으로 제시한 작품의 의미를 분석한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정글만리』

중국이라는 거대한 정글을 배경으로 한 거시적 서사의 줄거리

『정글만리』는 조정래 작가가 오랜 취재와 집필 끝에 완성한 방대한 장편소설로, 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사회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등을 중심 무대로 하여, 급변하는 경제·정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복잡한 삶과 갈등을 치밀하게 전개한다. 주인공 한반도 출신의 외교관 출신 기업인 '한명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중국이라는 정글 같은 땅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협상하며 살아간다. 한명기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일을 하며, 중국의 정계, 재계, 언론계 인물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그 이면의 부패, 사회 모순을 목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국이 처한 위치와 정체성,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욕망과 권력의 충돌,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과 국가의 전략을 다룬다. ‘정글만리’라는 제목 그대로, 세계는 생존경쟁이 치열한 정글이며, 그 안에서 각 국가는 치열한 전략과 윤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한명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의 이면과 한국의 고민

『정글만리』의 중심에는 주인공 한명기의 시선이 있다. 그는 중국의 정치 시스템과 경제 구조를 비교적 명확히 이해하는 인물로, 겉으로는 화려하고 성장하는 중국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 감춰진 부패, 빈부격차, 환경오염, 권력 집중 등의 문제를 예리하게 바라본다. 작가는 이 한명기의 시선을 통해 중국이 단순한 성장국가가 아니라,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명기의 직업 특성상 그는 다양한 국가의 외교관, 경제인, 정치인들과 교류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국이 놓여 있는 국제사회의 복잡한 위치를 체감하게 된다.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를 높이면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해야 하고, 일본과는 역사적 갈등을 이어가는 한국의 현실은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 간의 갈등과 선택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명기는 또한 자신의 개인적 신념과 국가적 책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는 부패한 권력자들과 맞서 싸우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타협과 협상의 기술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그의 고민은 독자들에게도 "국가와 개인의 윤리는 어떤 관계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조정래 문학의 특징이 살아 있는 인물 중심 서사

조정래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민중의 삶을 그려낸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글만리』에서도 조정래 특유의 인물 중심, 다중 시점 서사가 잘 살아 있다. 한명기뿐 아니라 수많은 조연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국적과 이념, 가치관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중국 관료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고위급 인사, 외국 자본의 투자자, 탐욕스러운 한국 기업가, 순수한 이상을 품은 NGO 활동가 등 다양한 인물들은 이 작품의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든다. 작가는 인물들 각자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만들며, 단순히 한 나라의 시선이 아닌, 복합적인 시각을 통해 국제 정세를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다층적 서사는 작품에 깊이를 더하며, 독자들에게 단편적인 시각을 넘어서 세상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정래는 정교한 언어와 탄탄한 플롯 구성, 그리고 인물 간의 심리 묘사를 통해 복잡한 국제 관계의 현실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글만리』가 보여주는 자본주의 세계의 민낯

『정글만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과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작품 속 세계는 성장과 발전, 기회와 부를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와 권력형 부패, 환경 파괴, 인간 소외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존재한다. 특히, 중국의 급속한 발전은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자비한 경쟁, 불평등, 그리고 도덕의 붕괴가 숨어 있음을 작가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조정래는 단순히 중국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 전반의 문제를 함께 지적한다. 한국의 기업인들이 보여주는 단기 이익 중심주의, 외국 자본에 휘둘리는 경제 구조, 교육과 복지의 몰락 등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 사회 역시 정글 속에서 얼마나 불안정하게 서 있는지를 자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세계화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시대에 각 나라와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어떤 윤리와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조정래는 ‘정글’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정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정글만리』를 통해 돌아보는 한국의 미래와 세계 시민의 자세

『정글만리』는 방대한 분량과 인물 구성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떤 세계를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문명사적 질문이다. 조정래는 단순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세,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윤리를 강조한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옆에서 자주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정글만리』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냉철하게 조망하며, 동시에 희망적인 전망도 제시한다. 세계 속의 한국, 그리고 한국 속의 개인은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가 글로벌 시대에 어떤 철학과 윤리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정글과도 같은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생존이자 존엄이다. 조정래의 『정글만리』는 문학을 통해 국제 정세를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귀중한 작품이다.